본문 바로가기
영화학

시각적 이미지와 일탈에 대한 이야기

by 분주한 배짱이 2023. 9. 10.
반응형

시각적 이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스토리를 기억하지만 가끔은 어떤 시각적 이미지나 장면이 너무나 생생해서 그것을 동일하게, 아니면 더 잘 기억할 수가 있다. 시간이 가면서 스토리는 잊어버리지만, 이미지는 기억할 수도 있다. 원시인이 던진 몽둥이가 허공을 날아갈 때 카메라가 그것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하늘을 나는 미래의 우주선으로 바뀌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장면을 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혹은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또 한 편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혹은 걱정하지 않고 폭탄을 사랑하는 법'에서 폭격기 조종사가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떨어지는 핵폭탄을 날뛰는 야생마처럼 타고 있는 장면도 또 다른 예이다. 우리가 '말 없는 사나이'의 자세한 플롯은 잊어버린 후에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존 웨인과 모린 오하라가 낭만적인 포옹을 하는 생생한 연인들의 모습은 기억할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타이타닉'의 관객들은 다양한 캐릭터 간의 관계는 기억이 가물가물할지라도 배의 뒷부분이 거의 수직처럼 솟아올라 사라들과 물건들이 높은 빌딩에서처럼 갑자기 떨어지는 장면을 잡은 멋진 장면은 잊지 못할 것이다.
'황금광 시대'를 본 사람은 굶주린 찰리 채플린이 구두를 요리해서 먹는 장면을 대개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에일리언'을 본 사람은 누구나 승무원의 배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에일리언'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우리는 승무원의 이름, 모습, 성격을 잊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하면 쇼킹할 정도로 예기치 않은 순간의 시각적 충격이 서사를 지배할 것이다. '쥐라기 공원'을 본 사람이라면 부엌에 숨은 두 아이를 사악한 랩터가 쫓아다닐 때의 공포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아이들이 부엌에 혼자 있게 된 서사적 상황뿐 아니라 아이들의 이름과 외모를 아마 재빨리 잊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부엌의 스테인리스 찬장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기억하지만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원시인의 몽둥이가 미래의 우주선이 되고, '카우보이'가 폭탄을 타고, 연인이 폭풍우 속에서 포옹하고, 타이타닉호가 가라앉고, 구두를 먹고, 아이들이 랩터를 피해 숨는 순간들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서사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시각적 이미지가 가끔은 전면에 대두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한 순간들은 모두 서사 영화제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말해준다. 그것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방식이 스토리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며 스토리 자체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스타일상의 표준으로부터의 일탈
창의성 있는 감독들은 스타일상의 표준으로부터 일탈하는 것이 관객에게 가장 충격을 준다는 바로 그 이유로 개봉 당시로서는 색다르게 보이는 충격적인 스타일상의 특징을 가끔 사용한다. 우리는 뭔가 새로운 것에 깊은 인상을 받기 쉬우므로 그러한 순간들은 특별히 훌륭한 스타일의 예를 제공한다. 가련 '쉰들러 리스트'는 3시간 이상의 흑백영화이다. 그 영화는 거의 모든 영화가 컬러로 제작되는 시기에 개봉되었기 때문에 흑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부각된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영화에서 잠시 컬러 장면을 사용한다. 우리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를 반복해서 보고 종교의식 중에 불을 붙인 양초가 컬러로 타는 것을 본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는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역사적 인물들이 묻힌 묘지에서 완전히 컬러로 진행된다. 이러한 컬러 체계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는 관객들에게 분명히 기억된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분노의 주먹'에서는 전체를 흑백으로 찍고 컬러 홈 무비를 사용하는 장면만 컬러로 찍었으며, '충격의 복도'에서도 컬러 장면이 잠깐 나온다.
개봉 당시에 '보니와 클라이드'와 '와일드번치'를 본 관객들은 예상치 않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 폭력 장면에 매료되었다. 슬로우 모션은 몸이 허공을 날아 땅에 떨어질 때 그것이 발레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비평가들과 대중들 모두 영화 제목에 나오는 갱 연인들이 총알 세례를 받고 죽어가는 '보니와 클라이드'의 슬로우 모션 피날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와일드번치'에서는 서부 영화의 오랜 특징이었던 폭력 장면이 영화 내내 생생한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되었다. 그 당시 관객들은 서부영화에서의 총싸움은 기대했지만, 그것을 그토록 오랫동안 슬로우 모션으로 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당시로서는 예기치 않은 기술이었다. 그 이후로는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는 이런 장면들이 표준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D-데이 공격 시퀀스는 연합군의 해변 상륙작전에서의 대량 살상 장면을 무섭고 숨 막히게 보여준 것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대량 살상은 영화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D-데이를 다룬 영화가 전에도 있었지만,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군인들이 쓰러지는 이미지는 다양하고 무자비한 총탄 소리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소리 벽처럼 강조되는 사운드트랙과 함께 폭력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서 폭력은 좀 더 전통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곳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한 두 편의 영화이다. '자매들'과 '캐리'에서 드 팔마는 분리 화면을 특정 장면에서 사용한다. 드 팔마는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가 전체 장면을 가득 채우는 오늘날의 영화제작 관습을 따라서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구성한다. 그러나 어떤 극적인 장면에서는 그는 이미지를 분리하는 선을 중간에 두고 두 이미지를 나란히 병치시킨다. 게다가 두 이미지는 같은 액션을 보여주지만 매우 다른 카메라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다른 배경에 있는 다른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분리된 화면을 가끔 사용했던 '지킬 박사와 하 이드 씨'와 같은 영화와 달리 드 팔마는 같은 배경에 있는 한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이 장치를 사용했다. 이 경우에도 이러한 스타일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은 보통 때 볼 수 없는 스타일상의 기법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