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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by 분주한 배짱이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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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작품 변천과 변화
어느 감독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다양한 영화 간의 공통적인 가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것은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의 작품에서의 주제와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우리는 하워드 혹스의 서부영화와 코미디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940년대와 1970년대 서부영화 사이의 변천을 볼 수 있다. 그러한 변천은 자신 대부분의 감독 생활을 통해 세련되고 취향 있는 서스펜스 영화로 인정받은 앨프레드 히치콕의 경우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는 1960년에 갑자기 일련의 호러 영화의 효시가 된 잔인하고 기괴한 충격 영화 '사이코'를 만들었다. 1963년 그는 '새'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마지막에 전 세계를 위협하는 설명할 수 없는 새의 공격을 전제로 함으로써 이전 스릴러의 개연성을 모두 버린 끔찍한 호러 영화다. 그런 새들은 '오명'에 나오는 나치 악당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나오는 스파이, 혹은 '의혹'에 나오는 미심쩍은 행동의 남편과는 거리가 멀다.


초기, 중기, 후기
가끔은 어느 감독의 전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기는 대개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진다. 초기에는 감독의 주된 관심이 단순하게 소개되고, 중기에는 복잡한 방식으로 그것이 발전되며, 후기에서는 그것이 더 정교한 극단으로 확장되거나 초기를 연상시키는 단순함으로 축소된다. 후기 작품들은 종종 중기 영화의 힘이 넘치고 화려하기까지 한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명상적이고 사색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갖는다. 감독의 전 작품에서 시기 구분은 반드시 칼로 자르듯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어떤 영화는 두 개의 다른 시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각에서 중요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무성영화 시대에서 시작하여 유성영화 시대까지 쭉 이어진 찰리 채플린의 긴 경력은 명백한 사례를 보여준다. 그는 주로 즉흥 개그로 구성된 1914년 단편 '베니스에서의 어린이 자동차 경주'에서 '떠돌이'라고 나중에 알려진 캐릭터로 처음 등장했다. 채플린이 감독한 것은 아니지만 그 영화는 그가 감독할 거의 모든 영화의 기초가 될 떠돌이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해가 지나가기 전에 채플린은 자신이 연기도 하고 자기의 캐릭터와 자기 스타일의 코미디도 개발한 단편을 감독하고 있었다. 그는 '황금광 시대', '시티 라이트', 그리고 '모던 타임즈'와 같은 장편 영화를 가지고 점점 복합적인 성격을 띤 성숙한 중기에 도달했다.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 시대', 그리고 '라임라이트'로 그는 초기 작품에 대한 참조성과 자성에 기초한 독특한 후기에 접어들었다. '위대한 독재자'와 '살인광 시대'는 채플린과 사랑스러운 떠돌이 캐릭터와의 연관성을 참조하는 데서 많은 의미를 끌어온다. 전자에서 그는 아돌프 히틀러를 닮은 광적인 독재자를 연기하고 후자에서는 돈 때문에 많은 아내와 결혼하여 그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연기한다. '위대한 독재자'는 히틀러를 코믹한 어릿광대로 전락시키고, '살인광 시대'에서 관객은 채플린에 대한 인식을 사랑스러운 떠돌이에서 계산적인 살인마로 바꾸어야 하는 곤란하고 예상치 않은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 영화들은 중기에 확산하였던 채플린과 떠돌이와의 연관성에 기초하고 있다. 관객을 웃기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노쇠한 뮤직홀 연기자에 대한 자성적인 영화 '라임라이트'는 채플린의 노년과 그가 초기와 중기에 인기 있는 코미디언으로서 누렸던 성공을 모두 참조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블레이크 에드워즈, 스티븐 스필버그는 현재 후기의 특징을 보이는 세 명의 감독이다.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는 초기 작품에 대한 풍부한 참조로 복잡하고 정교한 스타일을 개발해가는 모델에 속하고, '퍼펙트 월드'는 기만적인 단순성으로 규모가 축소된 영화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황야의 무법자'로 시작해서 '무법자 조시 웨일즈'까지 몇십 년간 계속된 초기와 중기를 통해서 이스트 우드가 연기한 과묵하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많이 참조하는 서부영화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 다음에 그가 감독한 '퍼펙트 월드'는 비평가들에 의해 중요하지 않은 작품으로 간주되었다. 이 영화는 규모에 있어서 훨씬 작지만, 이번에는 '더티 해리'와 같은 경찰 영화를 참조하면서 그의 경력에서 중심적이었던 남성성과 폭력이라는 이슈를 명상하는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이스트우드 캐릭터의 육체적 노쇠를 인정하고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그의 말에 오르거나 타는 것과 총을 똑바로 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퍼펙트 월드'에서는 보통 낭만적인 짝이 맺어졌던 것과 대조적으로 젊은 여자에게 아버지 역할로 한정되는 작은 역할로 밀려난다. 그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같은 최근 영화에서 등장조차 하지 않지만 두 영화는 그의 초기 영화들이 다루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남성성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이름 없는 사나이'나 더티 해리 시리즈와 같은 많은 초기 영화들은 보복성의 폭력에 고도의 가학적인 기술을 가진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 영화들에서 관객은 주인공으로부터 폭력을 기대하고 그 폭력을 기대하고 그 폭력을 이 인물들의 정당한 남성성의 증거로 보는 입장에 있게 된다. 이 영화들이 그가 감독한 많은 초기 영화와 같은 미국 영화의 패턴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이스트우드가 대부분을 감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두 편의 2006년 작 이오지마 영화에서 이스트우드는 보복성의 폭력을 미화하는 것을 피하고 군인의 폭력이 남성성의 증명이라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블레이드 에드워즈는 주로 코믹 영화로 나름대로 풍부한 작품들을 만들어갔다. 이 작품들은 영화 전체에 가득 찬, 그리고 '파티'와 같은 영화에서는 영화 자체가 되는, 정교한 슬랩스틱 개그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이 영화들은 점점 젠더 이슈에 몰두한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사람 도박'과 '피부 깊숙이'와 같은 영화로 슬랩스틱을 줄이고 좀 더 정적이고 작은 규모의 자성적인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영화들은 소란스러운 개그의 전개를 단 한 장면에만 할애하는 특징이 있다. 에드워드의 중기 영화는 그런 코믹 장면이 특징이었지만 후기 영화에서는 그것이 절제되고 심지어 동떨어지게 나오는 특징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력은 '쉰들러 리스트', '아미스타드', '라이언 일병 구하기', 'A.I.', 그리고 '뮌헨'과 같은 영화로 분명히 후기로 접어든다. 이 영화들은 각각 나치의 대학살, 미국의 노예제도, 제2차 세계대전, 점점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우리의 문화, 1972년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들을 학살한 혐의가 있는 11명의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찾아내려는 이스라엘의 노력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들은 장르적인 오락과 심지어 유아적인 판타지를 강조했던 이전 영화들과 확연히 대조를 보인다. 그런데도 모든 영화가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구출하는 백인 남성 영웅/아버지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기와 중기 작품과 연관성을 가진다. 그 대상이 유대인이 되었든, 흑인이 되었건, 혹은 '라이언 일명 구하기'의 경우 나라 전체가 되었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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