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두 도시 이야기'의 작가는 누구인가? 이 소설을 아는 사람이라면 즉시 찰스 디킨스의 이름을 댈 것이다. 히트를 한 영화 '도망자'의 작가는 누구인가? 영화를 본 사람이 많이 있지만 이름을 금방 대거나 질문에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카메라 뒤에서' 창조적으로 참여한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중 누구를 택할지 모를 수 있으며, 영화제작이 소설 쓰기와 달리 공동의 노력이므로 많은 사람의 이름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보기에도 상황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소설의 작가는 쉽게 식별할 수 있지만,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 촬영감독, 편집자, 세트디자이너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가담하는 협동 작업이다.
그런데 각각의 경우, 상황이 보기 많은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라는 용어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이나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책을 쓰는 사람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우리가 '두 도시 이야기'의 작가로 찰스 디킨스를 떠올릴 때 작가성의 여러 가지 개념을 사용할 수가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단어의 모든 의미를 완전히 컨트롤하는 천재로서 그를 생각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무의식적 공포와 욕망에 휘둘린 사람으로 그를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컨트롤하거나 초월하지 못했던 특정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의 산물로 그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이 소설이 왜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노동 계층은 호감이 가지 않게 묘사됐지만, 상류층은 동정적으로 묘사되었는지도 설명해 주는 사회 경제적 상황이다.
그러나 디킨스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혼자 일하는 개인으로서 시인과 소설가에게 적용되는 전통적인 작가 이미지에 맞는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상황은 그것이 협동적인 예술 형식이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도 더 복잡하다. 하지만 협동 작업이라고 해서 소설가나 화가가 각자의 작품을 꾸며가는 것처럼 어떤 개인이 영화를 생산하는 과정에 충분히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비교에 의한 주장은 언제나 위험하여 영화감독과 문학 작가의 비교는 두 가지 형식에 해당하는 미학적 이슈들을 충분히 검토할 때만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목표는 훨씬 단순하다. 우리는 스토리 요소를 자유와 필수의 시각적 청각적 모티프로 구성된 플롯으로 발전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서사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인물과 모티프는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 편집 패턴, 그리고 공간적 관계 등 형식적 요소의 체계 안에서 표현된다. 시나리오 작가와 대사와 전체적인 서사의 방향이 담긴 대본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 대본은 미학적으로 통합된 영화를 구성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하나의 윤곽이 될 뿐이다. 이 복잡한 과정을 관장하는 사람은 감독이다. 그리고 감독이 영화의 작가이며 감독 개인의 전 작품을 연구하는 것이 영화에 대한 생산적인 통찰력을 준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영화 비평의 중요한 하나의 흐름이 발전되어 왔다. 이 비평학파에서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거나 저술하지 않았더라도 감독을 작가로 간주한다.
감독의 세계관
감독의 세계관과 영화제작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은 영화 스타일과 문학적 이슈에 대한 추가적 질문을 위한 시발점이다. 감독은 특정 주제, 개념, 서사적 상황, 그리고 인물에게 몰두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은 이혼, 편부모 가정, 연인의 위태위태한 관계를 다룬 가족 드라마와 환상적 요소가 얽혀있는 모험에 감독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알 것이다. 페니 마셜의 영화들은 대개 자신이 갑자기 변신한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을 다룬다. '빅'에서는 12세 난 소년의 몸이 갑자기 30세 남자의 몸으로 변한다. '사람의 기적'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혼수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30년 만에 의식을 되찾는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면서 여자들이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 야구 선수로 갑자기 변신한다. '르네상스 맨'에서는 실직한 광고회사 중역이 군대 교관이 된다. '라이딩 위드 보이즈'에서는 뜻밖에 임신을 한 십 대 소녀가 아들을 키우기 위해 작가의 꿈을 버린다.
이러한 접근은 겉보기에 유사성이 없는 영화 뒤에 감춰진 공통적 요소를 찾아낸다. 스필버그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 '슈가랜드 특급'은 감옥을 탈출하여 남편과 함께 양부에게 가서 자기 아이를 되찾아 오려는 여자에 대한 드라마이다. 경찰이 도망자 부모를 체포하기 위해 극적인 추격을 벌이는 장면을 중심으로 영화가 구성되어있다. '미지와의 조우'는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을 다룬 SF 영화이다. 얼핏 보기에 두 영화는 연관이 없어 보인다. 전자는 신빙성 있는 인물과 그럴듯한 사건에 기초한 저예산의 영화이고 후자는 환상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예산을 많이 들여 특수효과를 쓴 화려한 영화이다. 그러나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들은 편부모 가정에서의 소년을 납치하여 우주선으로 데리고 간다. 아이가 이혼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과 그의 유괴로 가족의 단합이 더 위협받는다는 사실은 '슈가랜드 특급'의 중심되는 극적 전제와 분명히 연결된다. 'E.T.'에서는 외계인이 편부모 가정을 방문한다. '후크'에서는 아이들이 납치되고 직업적인 의무 때문에 아이들을 소홀히 했던 아버지는 원더랜드에서 아이들을 찾는다. '쥐라기 공원'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아이들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는데 이것은 그와 여자 주인공과의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다는 신호가 된다. 'A.I'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이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 부부가 사랑을 느낄 줄 아는 로봇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보상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친아들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 그들은 로봇 아이를 버린다. 영화가 계속되는 동안 나이를 먹지 않는 아이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잃어버린 가족의 사람을 슬프게 찾아 헤매고, 마침내 환상 속에서 비슷한 사랑을 애처롭게 찾는다. 이 모든 것은 핵가족의 형성, 해체, 그리고 재구성이라는 주된 관심이 여러 가지로 변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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